저자의 이력이 눈길을 끈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 기간, 즉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대통령 비서실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을 담당했다. 그때의 경험과 생각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앞날개)
뭐 그렇다고 저자가 정권 내내 청와대에서 근무한 건 아니다. 비서관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뀌니까. 노통 때 일 한 얘기는 없지만, 문통 때는 일정 기간 근무하고 나오신 걸로 책에 나온다.
책의 서문 첫 문단부터 눈길을 화~악 사로잡는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못 잡았다. 그냥 못 잡은 정도가 아니라, 두 배 넘게 뛰어버린 아파트 단지가 허다했다. 연이어 전세금도 급등했다. 어떤 말로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좌절하고, 분노했다. 결국 정권은 교체되었고, 그 원인의 하나로 부동산 문제를 꼽는 사람이 많았다. (5쪽)
글 시작부터 시원시원하다. 집값이 오른 건 사실이니까.
책 표지의 부제가 다음과 같다.
문재인 정부의 좌절과 한국 사회의 과제
그렇다. 이 책은 ‘부동산 가격과 정책’에 관한 (음... 뭐랄까)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다.
주택정책은 이래야 한다는 식으로 막연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저자가 근무하던 당시 상황을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실무적으로 얘기한다.
나도 정책에 대해서 별 관심 없지만 당시 언론들의 언급이 생각나며, 확 와닿는 느낌이다.
부동산이 관심사는 아니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이와 관련해서 겪었던 일들.
박근혜 정권 말기에 적어도 내 주위에는 박근혜를 옹호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지율이 뭐 그 수준이었으니.
대통령 욕하는 건 술자리의 단골 안주였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문재인을 욕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주택 소유자다.
그들 중 한 사람은 건강보험 제도도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마 내길래?
이렇게 말도안되는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사람은 상대하면 안된다.
나도 아직은 건강보험의 혜택보다는 보험료를 많이 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혜택을 받을 날도 오지 않을까.
4인 가족 월 7천만 원 보험료 나와도 당연히 내야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부동산 올랐다.
그럼 우리만 올랐나?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다.
그럼 노무현, 문제인 때만 부동산이 올랐나?
아니다. 노태우 때도 급등했다.
김대중 때는 imf 중이고, 이명박근혜 때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펴도 잘 먹히지 않았고, 명박때는 하락세였다.
오른 이유는? 그렇다. 금리다.
여러 기관의 분석 결과도 그렇다.
집값 상승의 약 60~80%는 금융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98쪽)
금리 뿐만 아니라 대출 규제 정책도 포함되겠다.
주택 공급의 영향은 10~20% 정도로 분석했다.
문정부의 문제를 ‘공급 부족’, ‘부동산세’의 문제로 비판하던 기사는 연일 쏟아졌다.
저자는 일종의 자기 반성적 측면으로
부동산 대출을 더 강하게 억제하지 못하고, 공급 불안 심리를 조기에 진정시키지 못하고, 부동산 규제 정책이 신뢰를 잃고, 따라서 정책의 리더십이 흔들린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60쪽~)
핵심 요인은 ‘돈’이지만,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한 문제도 인정한다.
보수 언론에서 자주 비판하는 종합부동산세.
그 뿌리는 박정희의 누진적 재산세 구조와 토지과다보유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40쪽)
이를 노태우는 종합토지세로 발전시키고 여기서 현대화한 것이다.
종부세의 존재 의의는 책을 통해 확인하자. (~141쪽)
반값아파트,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비슷한 정책을 각 대선 후보와 서울시장까지 모두 들고 나왔다.
부동산 정책자였던 저자의 입장에서는 모두 ‘불가능’
오죽하면 이 장(章)안에 소제목이 ‘포퓰리즘의 끝판왕, 반값 아파트’이다.
다음 글을 읽고는.......
전 세계 선진국 중에서 정부 수반이 집값을 잡겠다고 얘기하거나 집값을 못잡았다고 사과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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