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사실은 제목이 있어 보여서 골랐다.
요즘에 내가 주로 이용하는 도서관이 공사 중이라 책을 보고 확인하고 읽을 수가 없다.
그냥 기계에서 대충 보고 대출 버튼 눌러야 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나는 <지리의 힘>, <지정학의 힘> 정도의 흥미를 예상했다.
결과는 예상에 못 미침.
책은 본문 처음부터 구룡마을과 청계천을 언급한다.
나는 구룡마을을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청계천 안 가본 사람 없을 거고)
양재동 코트라 뒤에서 서쪽으로 산행을 하다가 대모산까지 가지 않고 대충 내려오면 구룡마을이 나온다.
내가 일하는 곳 중 하나가 구룡마을 건너편이라.
책에서는 구룡마을의 형성에 관한 얘기가 나오고
해방 후 청계천의 변화에 관한 역사가 나온다.
첫 장부터 시선을 끌었다.
그게 다였다.
책 내용은 뒤표지의 문구가 잘 소개한다.
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인문지리학 수업
그렇다.
이 책은 수업이다.
너무나 교과서적이다.
간혹 지리 환경을 얘기하면서 와닿는 현실적인 얘기도 있지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이 조니까 웃긴 얘기, 옛날 얘기하는 수준이다.
“선생님, 재밌는 얘기 해주세요.”라고 했을 때 해주는 얘기.
저자는 책의 마지막 <맺음말>에서 이렇게 썼다.
마음 같아선 소설처럼 재미난 글을 펼쳐보고 싶은데, 현실 속 제 글은 도시의 모더니즘적 경관처럼 무미건조하기만 합니다. (275쪽)
저자가 자기 글을 잘 표현했다.
얼마 전 어느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 나오는 김경식이 나왔다.
그가 한 말이
재미없는 영화는 대놓고 재미없다고는 못하지만
대충 뉘앙스는 남겨놓는다고.
그런데 왜 나는 재미없는 책을 재미 없다고 하지.
출연료를 안 받아서 그렇다.
책 속으로
내가 이 책을 보면서 깜짝 놀란 건
‘퍼타일 크레슨트(Fertile Crescent)’라는 용어가 나온다. (최초 69쪽)
이 용어를 처음 들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을 본 사람이라면 ‘초승달 지대’라는 표현을 알 것이다.
저자는 계속 ‘퍼타일 크레슨트’로 언급한다.
아마도 지리학계에서는 그렇게 부르는 듯 하다.
다이아몬드 아저씨는 지리학자는 아니니까.
퍼타일 크레슨트든 비옥한 초승달 지대든
한마디로 정의하자.
유럽보다 중동이 훨씬 더 잘나갔다. 옛날에는.
호주의 커피에는 아메리카노가 없고 롱 블랙 long black을 주문해야 하고
라떼는 대신 플랫 화이트 flat white가 있고
에스프레소는 쇼트 블랙 short black이 있다고 한다. (91쪽)
그러고 보니 호주에서 커피숍은 안 가봤네.
호주 가실 분 참고.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의 도시 구성과 미국의 워싱턴 d.c.의 구성에 관한 얘기는 흥미로웠다.
강남의 킹콩 빌딩 사진도 나오는데
내가 그 건물주님을 아는데, 이 분 마저 돌아가시면 이 바닥의 굵직한 분들은 다 가시는 것일 듯.
(내가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그 건물주님이 나를 보고는
"야 이 ㅅㄲ야 담배 끊어."라고 말하시면, "예" 이러면서 피해야 하면 아는 사이죠.)
우리나라의 한 대학은 외국 대학의 건축물이나 조형물을 그대로 본떠 이곳을 이용하는 대학생의 정체성 혼란과 부끄러움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24쪽~)
■ 이 한 문장을 보고 생각나는 대학은?
그래, 경희대다. 저자는 경희대 박사 출신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네.
솔직하게 멋진 건물들이 많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럼, 스카이는? 서성한은? 중경외시(경은 나왔으니 빼고)는?
그 대학의 정체성을 드러내는가
목조건물이 있는 성대, 동대는 그걸로 정체성이 설명되나?
나머지 건물은 다 뻔한데.
내가 아는 대부분의 경희대생은 우리 학교 캠퍼스 예뻐 라고 생각한다.
정체성 혼란과 부끄러움을 불러온 경희대생은 보지 못했다.
이 책은 2023년 5월에 출간된 책으로 코로나에 관한 언급이 있다.
지니계수가 높은 국가, 즉 불평등이 심한 국가일수록 코로나19 사망자가 높다는 것입니다. (65쪽)
■
이건 뭔 소리인가.
사망자는 많다고 해야 하고
사망률은 높다고 해야 한다.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럼, 과연?
지니계수가 어떤 수치인지를 안다면 이 설명이 어떤 말인지를 이해할 것이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빈부의 격차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의료보험의 체계 자체가 완전히 다른 미국과 북유럽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미국에서 pcr 검사 받으면 몇 십만 원, 치료받으면 천만 원이었다는 건 모르나. (대충 이 정도였다고 기사를 본 기억이)
저자는 미국, 브라질, 멕시코, 이탈리아, 스페인, 핀란드, 영국의 데이터를 인용했다.
통계는 꼼꼼하게 봐야 한다.
글에서는 ‘사망자 수’를 언급한다. 그럼 ‘사망률’은? ‘확진율’은?
쪽수가 많으면 당연히 사망자 수가 많은 거 아닌가?
그러면서 코로나와 관련해서 남조선에 대한 언급은 없다.
왜 안 했을까?
남조선 데이터를 언급하면 통계 결과가 꼬이거든.
코로나에 대한 각국의 대응 자체가 달랐던 건 왜 언급이 없지?
단순히 지니계수로 코로나를 설명한다?
문신과 오토바이 사고율을 조사했더니 문신이 오토바이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졌다는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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